한때 일본 술의 절대강자였던 사케. 하지만 요즘 일본 현지를 여행하거나 이자카야에 가본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어라, 다들 사케는 안 마시고 하이볼만 시키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지금 사케 소비가 심각하게 줄고 있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75% 감소, 최근 10년 사이에도 30% 이상이 줄어들었단다. 반면, 일본 위스키의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야마자키, 하쿠슈, 니카 위스키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이자카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이볼 한 잔은 이미 국민 음료 수준이다.

🍸 왜 일본인은 사케를 버리고 위스키를 택했을까?

1. 가볍고 청량한 맛의 대중화
   사케는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경우도 많고, 맛이 무겁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위스키 하이볼은 시원하고 가벼우며, 고기나 튀김류와도 궁합이 좋다.
   특히 여름철엔 얼음 가득한 하이볼 한 잔이 사케를 밀어낸다.
2. ‘힙한 술’로 자리잡은 위스키
   사케는 전통적이고 어르신들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위스키는 바와 펍 문화와 어울리며 젊은 세대의 ‘센스 있는 선택지’가 됐다.

💀 사케업계, 생존의 기로에 서다

사케 제조업자들은 이제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다.

‘전통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진화할 것인가’

이런 흐름 속에서 몇몇 사케 브루어리(양조장)는 아예 위스키 시장으로 전향하기 시작했다.

원래 쌀을 발효시키는 기술이 있으니, 곡물을 증류하는 위스키도 도전 가능한 것.

2016년까지만 해도 일본에는 10곳 남짓이던 위스키 증류소가, 지금은 130곳을 넘어섰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 ‘나도 위스키 만든다’는 붐이 일고 있다.

🍷 살아남기 위한 사케의 진화 – ‘크래프트 사케’의 등장

하지만 모두가 위스키로 전향한 건 아니다.

몇몇 젊은 도지(양조장 장인)들은 사케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요즘 일본에서 불고 있는 ‘크래프트 사케’ 열풍이다.

• 홉을 넣은 사케
• 장미향과 바닐라 향을 강조한 사케
• 토마토 우마미를 담은 마르게리타 사케(!)

이 모든 것이 실제로 등장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나카메구로에는 크래프트 사케 전문 바가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사케를 ‘펑크록’처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 정부의 ‘사케 사무라이’ 전략

이 변화에 일본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브랜드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사케 사무라이’ 제도를 만들어

전 세계에 일본 사케를 홍보하고 있고,

2023년엔 사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전통주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고 있다.

⚖️ 위스키 vs 사케, 이 전쟁의 승자는?

일본 술 시장의 판도는 지금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하이볼의 질주, 위스키 붐 속에서도,

크래프트 사케라는 희망의 불씨는 분명 살아있다.

그리고 이 싸움은 단지 술의 전쟁이 아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것인가, 새로운 것으로 완전히 전환할 것인가.

이건 지금 일본이 문화 전반에서 겪고 있는 공통된 질문이기도 하다.

✍️ 마무리하며

여행 중 이자카야에 가게 된다면, 한번쯤은 사케도 주문해보자.

단,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젠 “그냥 사케 하나 주세요”가 아니라

“혹시 크래프트 사케 있나요?” 라고 묻는 게 더 멋진 시대다.

그리고 위스키를 마실 땐,

그 한 잔이 사케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일본을 향한 진화의 상징일 수도 있다는 걸 떠올려 보자.